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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극 3특’ 전략을 통한
지역의 성장 동력화와 높은 길로의 도약
김상태 성균관대학교 교수/지방시대위원회 위원

대한민국 경제는 수도권 일극 성장의 한계를 넘어, 지역을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재구성하는 ‘다극 체제’로의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길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혁신과 인재 유입이 선순환하는 ‘높은 길High-road’로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에서는 ‘5극 3특’ 전략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산업 지형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2025년 12월 8일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 이재명 대통령과 위원들이 ‘AI 시대 5극 3특 국토 공간 대전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주권정부는 ‘5극 3특’을 지역 균형성장 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 김경수)는 2025년 9월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를 발표한 후, 12월 8일 ‘AI 시대 5극 3특 국토 공간 대전환 전략’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회에서 김경수 위원장은 “지역을 시혜나 배려의 대상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봐야 하며, 바로 지금 국토 전체를 전략적 생산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핵심은 지금까지의 수도권 일극 성장축에서 벗어나, ‘5극 3특’을 중심으로 한 ‘다극 체제’로 국가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은 지역 정책 차원을 넘어 산업정책과 혁신정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산업통상부는 업무보고에서 ‘지역을 경제성장의 중심으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는데, 민관합동으로 ‘5극 3특 성장 엔진’을 선정하고 메가 권역별 첨단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지역 주도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구축’을 핵심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이에 ‘5극 3특’ 전략의 핵심 기제를 살펴보고, 향후 산업 지형과 가치망의 변화 방향 및 성공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3일 지방시대위원회는 국가데이터처와 공동으로 청년들(15~39세)의 광역권역 간 이동 분석 결과인 ‘데이터로 본 청년의 이동과 소득 변화’를 발표했다. 2022~23년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은 13만 명,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은 10만 명으로, 3만 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되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들의 소득이 약 23%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경북 권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들의 소득은 30% 넘게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분석한 바와 같이, 청년들의 이동은 더 좋은 고용과 소득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일자리 이동’의 결과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일자리 질과 임금 격차는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을 추동하고, 청년 인재가 필요한 첨단기업들은 다시 수도권을 선택하는 ‘피드백 고리Feedback Loop’로 기능하게 된다.
‘낮은 길’을 버리고 ‘높은 길’로 가야 할 때
이러한 양상은 단순히 지역에 전통적 제조업(굴뚝산업) 입지를 제공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격차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이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혁신과 창업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때 현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5극 3특’ 전략은 과거 ‘낮은 길Low-road’에서 ‘높은 길High-road’로의 지역과 산업정책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등이 지향하는 ‘높은 길’은 정부가 대학과 연구에 투자하고 교통·주택·공교육 등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적극적으로 산업·혁신전략을 수립·이행하고, 주민들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향유하기 위해 기꺼이 조세를 부담한다. 이를 통해 인재가 유입되고, 연구개발과 이에 기반한 창업 및 혁신 활동이 촉진된다. 첨단산업 성장으로 더 많은 일자리와 가치가 창출되면서 공공 재원도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반면 발전이 지체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낮은 길’은 보조금과 세제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유치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은 공공 재원 감소로 이어져 결국 공교육과 복지 서비스 축소를 초래한다. 규제 완화로 환경은 파괴되고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진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와 기업은 빠져나가고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만 모여들게 된다.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은 과거 기업 이전에 매달리던 ‘낮은 길’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차원에서 첨단산업 분야의 혁신과 창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는 ‘높은 길’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구상과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광역권역 차원에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생적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초광역 단위의 첨단산업 성장 엔진을 발굴하고, 중앙-지역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초광역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이고 책임성 있는 추진을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고 초광역특별협약을 도입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광역별 첨단산업 인재 양성, 지역 자율 R&D 확대, 지역별 투자펀드 설립, 창업 도시 지정 등이 병행된다. 지역의 권한과 자율성·책임성을 확대하기 위해 포괄보조금을 대폭 늘렸고, 차등적 재정지원과 지방 우대 정책도 시행한다.
지역 성장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 ‘낮은 길’ vs ‘높은 길’
구분 낮은 길Low-road 높은 길High-road
핵심 수단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규제완화 R&D 투자, 인프라 구축, 고품질 공공 서비스
주요 타깃 외부 기업 유치, 전통적 제조업(굴뚝산업) 혁신 인재 유입, 첨단산업 및 창업 기업
정책 효과 지역 간 ‘제로섬’ 경쟁 유발 내성적 성장 및 혁신 생태계 조성
장기적 결과 공공서비스 질 저하 및 인재 유출 일자리 질 향상 및 지역 가치 창출의 선순환
비고 과거의 기업 이전 중심 모델 ‘5극 3특’ 전략이 지향하는 모델
외부 수혈이 아닌 ‘내생적 성장’ 시스템 구축
지역의 내생적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보조금,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유인으로 타 지역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역 간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하기 쉽고, 주로 굴뚝산업에 통하는 방식이라 첨단기업과 인재의 유인 효과는 낮다. 연관 기업들의 유인과 확산도 제한적이다. 두 번째는 첨단산업 허브 기업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화’다. 허브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기업들이 집적하고, 허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연관 기업들이 분사Spin-off와 창업으로 계속 생겨난다. 모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확산·발전하는 과정으로, 우리나라 산업화의 기본 궤적이었다. 세 번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기업가적 과정Entrepreneurial Process’이다. 이 과정은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수반하므로 벤처투자 같은 모험자본과 액셀러레이터 같은 전문 서비스가 동반되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이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상호작용해 불확실성과 위험을 낮춰야 하기에,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은 ‘높은 길’에 해당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공급망과 생태계 내 연관 기업 및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력을 요구한다. 또한 지역의 ‘산업 공유재Industrial Commons’인 연구개발 역량, 우수 인재, 금융자본, 에너지 인프라 등을 갖추고, 글로벌 가치사슬 및 전국 단위 창업 생태계와 긴밀히 연계되어야 한다.
성공의 열쇠, ‘스마트 특화’와 ‘혁신지구’ 전략
그렇다면 ‘5극 3특’이 과거 특화 발전 전략의 한계를 넘어 지역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무엇보다 초광역권별 전략산업을 기술 분야와 공정별로 더욱 세분화하여 특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과 도시별로 그간 구축한 역량과 자원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와 공정에 특화해야 한다. 특정 공정에 강점이 있다면 관련 일자리가 적더라도 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현재 지역에는 높은 성장 파급력을 지닌 중소·중견기업과 특화된 분야에 탁월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대학·연구소의 연구실이 포진해 있다. 이에 EU에서 실시하는 ‘기업가적 발견Entrepreneurial Discovery Process’ 방법론을 활용해 지역의 강점과 잠재력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스마트 특화 플랫폼Smart Specialisation Platform’ 도입을 제안한다.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집합적 역량과 인프라인 ‘산업 공유지’를 구축하고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와 가치망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피드백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특화 분야 연관 기업들이 유입·확장되고,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는 특화 분야에서만큼은 서울대·카이스트를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특화 분야 혁신·창업 생태계와 가치망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관 기술과 지식을 갖춘 기업과 인재, 연구기관을 전략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광역권역·도시별로 성장전략에 맞춰 핵심 주체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맞춤형 유치 전략을 제안·협상하는 방식이다. 허브 기업과 인재는 지역 혁신 생태계에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유입시키고 확장하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경북대학교 반도체융합기술 연구원을 방문해 반도체 관련 산학 공동연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스마트 특화 전략 및 허브 기업·기관의 전략적 유치와 더불어, 뉴욕시나 보스턴시가 성공시킨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s’ 모델 도입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지방정부가 기업·창업가·액셀러레이터 등 중개 기관과 대학 같은 혁신 주체들과 협력하여 생태계 전략을 수립하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모델이다. 이는 참여 주체들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민관협력 방식이다. 복잡한 생태계나 시스템에서 개별 행동에 따른 위험과 비용으로 발생하는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조정과 협력으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뉴욕시는 시정부의 전략적 기획과 민간 자원을 결합해 도시 곳곳에 창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보스턴의 캔덜 스퀘어 역시 대학·기업·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발전시킨 혁신지구의 대표적 사례로서, 세계 최고의 혁신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5극 3특’ 전략은 지역을 성장 엔진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으로, 균형성장 전략의 광역권역화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시행착오와 해외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광역 단위부터 도시, 커뮤니티 단위까지 다양한 모델을 시도해야 한다. 이를 철저히 검증하면서 성공 모델을 완성해나가는 ‘실험적 접근’만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생각과 제안으로 지방시대위원회·정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혁신클러스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보스턴 캔덜 스퀘어. 대학과 기업,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든 대표적인 ‘혁신지구’ 성공 사례다.
김상태 성균관대학교 교수/지방시대위원회 위원
현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에서 행정학과 정책학을 강의하고 있다.
과거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부에서 18년간 근무했으며,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의 형성과 발전 과정으로 박사 논문 연구를 수행했다.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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