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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광산에서 미래 자원을 캐다
김홍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자원순환연구센터 센터장
박경희 사진 김기남

제품은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버려진다. 오랫동안 산업은 이 직선 구조에 익숙했다. 하지만 김홍인 센터장은 이 흐름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제조 스크랩에서 사용 후 배터리까지 이어지는 자원회수 기술은 산업을 클로즈드 루프로 바꾸고 있다. 자원순환이 산업의 경쟁력이 되는 이유를 그에게서 들어본다.

현재 센터에서 수행 중인 연구를 전반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산하 자원순환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배터리 재활용 연구가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었지만, 현재는 순환자원 개념으로 통합되어 자원순환연구센터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센터 내에서 연구 주제가 나뉩니다. 다른 연구팀들은 전기·전자 폐기물에서 귀금속을 회수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고, 저는 전기자동차 폐배터리로부터 니켈·코발트·망간NCM 같은 핵심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부터, 향후 본격적으로 늘어날 사용 후 배터리까지 염두에 둔 순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시의 광산’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도시의 광산’이라는 용어는 재활용 분야에서 10여 년 전부터 사용해왔습니다. 우리가 자원을 캐내는 곳은 자연이지만, 실제로 자원을 사용하는 공간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사용이 끝난 뒤 폐기물이 발생하는 곳도 역시 도시죠. 그렇다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속에 남아 있는 금속과 자원은 일종의 ‘광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재활용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것도, 결국 이 도시 광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랙매스란 무엇이며,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블랙매스Black Mass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파쇄·전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검은색 분말 형태의 물질로, 니켈·코발트·망간·리튬 등 다양한 금속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석탄가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가치 높은 금속자원입니다.

처음 블랙매스를 봤을 때는 다루기 까다로운 부산물로 느껴졌습니다. 새까맣고 정체를 알기 어려운 물질이었죠. 하지만 성분 분석을 해보니, 천연 광석보다 훨씬 농축된 금속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니켈이나 코발트처럼 구리보다 훨씬 비싸고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전략 금속이 고농도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블랙매스는 폐기물이 아니라, 미래 자원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습식제련, 용매추출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공은 자원공학이었고, 당시 자원순환공학이라는 전공과목이 있었습니다. 이 분야의 핵심이 바로 재활용이었죠. 연구 초기부터 배터리나 폐촉매처럼 금속을 함유한 폐기물로부터 금속을 회수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습식제련, 특히 용매추출 기술은 pH 조건에 따라 금속이 물(수상)과 기름(유기상) 중 어디로 이동하는지가 달라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색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발트는 유기상으로 이동하면 파란색을 띠는데, 이른바 ‘코발트블루’죠. 색을 통해 금속이 제대로 분리됐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니켈과 코발트처럼 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 분리하기 어려운 금속을 조건 조절만으로 선택적으로 분리해내는 과정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처럼 느껴졌습니다. 기계적인 공정이지만 살아 있는 생물을 다루는 듯한 감각도 있었고, 그 점이 제 성향과 잘 맞았습니다.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 개발한 기술이 바로 산업에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연구는 학문적으로는 의미가 크지만 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연구개발만 완성되면 곧바로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산업계에서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가 명확하고, 그 요구가 연구 현장에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연구자로서 사회와 산업에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이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나요?
결과적으로 이 분야는 제 연구 인생의 정체성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심해 망간단괴처럼 언제 상용화될지 알 수 없는 자원을 연구하기도 했지만, 배터리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제가 연구해온 니켈·코발트·망간 회수 기술이 산업과 바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기술을 연구해왔다기보다, 자원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연구자가 되었다는 자각을 갖게 해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 ❶ 망간단괴 : 수심 4000~6000m 심해 해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둥근 돌 모양의 광물 덩어리.
현재 한국의 배터리 재활용 기술 수준은 어떻게 보시나요?
현재 한국의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습식제련 기반 고순도 금속 회수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수준 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배터리 재활용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비중은 20% 미만에 머물러 제조 분야 대비 재활용 산업의 시장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정 효율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높이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며, 공정 비용과 에너지 사용을 저감하는 고효율·저탄소 재활용 기술이 향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분야는 제 연구 인생의 정체성이 됐습니다. 배터리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제가 연구해온 니켈·코발트·망간 회수 기술이
산업과 바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원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연구자가 되었다는 자각을 갖게 해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재활용 기술은 어떻게 진화해왔다고 보시나요?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세대는 경제성 높은 금속만 회수하는 단계, 2세대는 유가금속 전체를 회수하는 단계, 3세대는 폐수와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웨이스트 제로’ 친환경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니켈·코발트·망간을 각각 분리하지 않고 한 번에 회수해 배터리 제조공정으로 바로 연결하는 방식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정 단계를 줄이는 것이 곧 친환경이자 경쟁력입니다.
연구 책임자가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개별 연구 성과보다 사람과 연구 방향을 더 고민하게 됐습니다. 팀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방향으로 연구를 이끄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청년 연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전공 지식도 중요하지만, 전체 사회와 산업의 흐름을 보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재활용도 한때 과열됐다가 지금은 잠시 주춤한 듯 보이지만, 5~10년 뒤에는 다시 필요한 산업입니다. 지금 당장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현재 자리에서 성실하게 갈고닦은 경험은 언젠가 분명히 빛을 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각, 그것이 결국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길 바라시나요?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도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회수·재활용하는 기술이 사용 후 배터리까지 확장되면서, 원료 채굴에 의존하지 않고 자원이 다시 산업으로 돌아오는 ‘완전한 클로즈드 루프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5~10년 안에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김홍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자원순환연구센터 센터장
김홍인 센터장은 누구
김홍인 센터장은 자원순환 및 재자원화 분야에서 오랜 현장 경험과 정책적 시야를 두루 갖춘 전문가로, 관련 연구기관과 산업 현장을 넘나들며 기술과 제도를 연결해온 연구자이자 기획자다. 폐자원·도시 광산·배터리 재활용을 중심으로 연구·사업 기획과 정책 연계를 수행해왔으며, 제조공정 스크랩에서 사용 후 배터리로 이어지는 자원회수 및 재활용 기술의 확장을 통해 순환 경제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 적용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함께 고려한 ‘클로즈드 루프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센터를 이끌며 연구 성과가 산업과 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조정·기획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자원 안보와 환경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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