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에너지 시스템’이 답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의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문제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방안으로 ‘분산 에너지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분산 에너지 시스템, 과연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전 세계의 데이터 총량은 2016년 약 20ZB(제타바이트, 10의 21승 바이트)에서 2022년 80ZB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175ZB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 생성량이 확대되자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정보통신 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 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대형 시설을 말합니다. 마치 도서관에 책이 꽂혀 있듯, 반도체와 전자장치가 공장처럼 구축돼 있는 인터넷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웹사이트나 기업·정부 등이 사용하는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수천·수만 대의 서버(고성능 대형 컴퓨터)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공간이어서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부릅니다.
세계 각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2025년 11월 기준 약 1만2000개에 이릅니다. 국가별 현황은 미국이 5427개로 압도적으로 많은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어 독일(529개), 영국(523개), 중국(449개), 캐나다(337개) 순입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의 데이터센터 수는 2024년 기준 150개입니다.
세계의 데이터센터들은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검색하거나 영상을 보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합니다. 데이터 트래픽Data Traffic은 현재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처리 용량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수가 늘어날수록 전기 사용이 더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흔히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립니다. 서버 수만 대가 동시에 작동하다 보니 소비전력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또 작동 중에 섭씨 30℃가 넘는 열이 발생합니다. 이 열로 인해 주변 지역의 온도를 높이는 ‘열섬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정밀 전자 장비입니다. 따라서 부품이 과열로 손상되지 않게 하려면 온도를 20~25℃로 낮춰야 합니다. 이 냉각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의 최대 50%가 사용됩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대량의 물도 필요하죠. 결국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의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식히느냐’가 기술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열 식히는 방식 찾기’에 고심 중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열 식히기에 가장 많이 사용한 기술은 공랭식입니다. 공기를 통과시켜 기기에서 방출되는 열을 식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고, 환풍기가 돌아갈 때 소음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해 지금은 새로운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대안이 액체 냉각입니다. 공기 대신 액체를 흘리거나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내뿜는 하드웨어를 물속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입니다. 액체는 열전달이 공기보다 높기 때문에 공랭식보다 20%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최대 1000배까지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합니다. 미국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액체 냉각 방식을 쓰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아예 바닷속이나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 하이랜더는 바닷속에 100개 잠수함 데이터모듈을 배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차가운 바닷물이 서버의 열을 금방 식혀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규모는 축구장 13개(약 6만8000㎡)와 비슷합니다. 이 거대 센터의 첫 작업은 2023년
4월에 이뤄졌습니다. 하이난섬 인근 바닷속 35m 지점에 첫 번째 데이터모듈(저장장치)을 설치했고, 2025년 10월 24개의 데이터모듈이 설치되면서 1단계 건설이
완료돼 총 400~500대의 서버가 가동 중입니다.
하이난섬에서 진행된 시범 운영에서는 연간 1억2200만 킬로와트시kWh의 전력과 10만5000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중국은 2단계로
상하이 연안에 새로운 컴퓨팅 모듈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해류를 이용한 냉각 방식으로,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냉각 에너지 사용을 약 90% 절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편 2025년 3월에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기업 ‘론스타 데이터 홀딩스’가 달 착륙선에 책 크기 정도의 소형 데이터센터를 실어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우주 환경에서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스템이 중단된 뒤에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입니다.
이 기업은 달 궤도에 소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거대한 건물을 통째로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를 탑재한 위성 여러 개를 달 궤도에 발사한
다음 이를 모듈 방식으로 서로 연결해 하나의 데이터센터처럼 작동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비롯해 구글, 오픈AI 등도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 계획을 밝히고, 현재 건설을 위해 준비 중입니다.
태양에너지가 주전력원이며, 히트 파이프를 통해 열을 우주로 방출한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태양광 발전으로 막대한 전력을 얻습니다. 우주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끊김 없이 공급받을 수 있어,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냉각에 필요한 전력량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은 데이터센터 위성 내부에 설치된 ‘히트 파이프Heat Pipe’ 시스템을 통해 영하 270℃의 우주로 방출됩니다. 위성이 수집해 모은 데이터는 전자기파의 일종인 전파를 이용해 전송합니다. 이 때문에 시설 유지에 사용되는 전기를 제외하면 전송에 필요한 전력량도 크지 않습니다.
분산 에너지 시스템은 수요지, 즉 전기가 필요한 곳 인근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소비자 근처에서 전기를 만들고, 보내고, 사용하고,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에 필요한 모든 자원이 분산 에너지인 셈입니다.
‘분산 에너지법’에서 분산 에너지의 범위는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 이하의 모든 발전설비를 비롯해 500㎿ 이하의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자가용 발전설비에서 생산하는 전기에너지로 규정합니다.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료전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즉 전력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지역 내의 에너지 생산·소비 활성화를 위한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를 의미합니다. 이런 분산 에너지 자원은 전반적으로 친환경적입니다.
현재의 전력공급 체계인 중앙집중형은 지방 해안가 등에 원자력·화력 등의 대규모 발전설비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송배전선을 통해 전기가 필요한 지역에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발전설비는 충남 서해안(당진·보령·태안)과 인천, 강원·울진, 부산·울산(고리·신고리) 등 4개 지역에 집중돼 있고, 이들 발전시설에서 전체 전력의 56%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국내 전기 사용량이 점점 늘면서 한계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AI 시대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송배전망을 새로 구축해야 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맞추려면 결국 전기를 먼 거리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이때 비용과 환경훼손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량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전력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의 손실 전력량은 연평균 18만5510기가와트시GWh로, 이를 금액으로 계산하면 매년 1조6990억 원을 허공에 날리는 셈입니다.
2022년 서울의 전력 소비량은 4만8789GWh에 달합니다. 이에 비해 서울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4337GWh에 그쳐 전력 자립도가 약 8.9%에 불과합니다. 결국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받지 않으면 서울의 전력량을 충당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 역시 발전량보다 소비량이 훌쩍 높습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원전이 있는 모든 지역은 소비량보다 발전량이 많습니다.
이러한 중앙집중형과 달리 분산 에너지 시스템은 수요가 발생하는 해당 지역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대부분 규모가 작고 곳곳에 분산돼 있어 생산된 전기를 인근에서 직접 소비하는 형태가 더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도권의 부지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동시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국가의 AI 주권 확보, 탄소중립 가속화, 지역 균형발전이란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분산 에너지 시스템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발전 자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데다, 수요지 근처에서 전력을 생산해 송배전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 ‘에너지 생산량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는 향후 고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은 ‘그린 데이터센터’에 더욱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청소년 과학 잡지 <Newton>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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