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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즐러’ 백정엽 박사

과학은 실험실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 집 거실부터 출근길 거리까지, 호기심 어린 질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과학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흥미진진한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밤에 스마트폰을 보면, 왜 ‘눈만’ 피곤한 게 아니라 머리까지 멍해질까?
우리 눈은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렌즈’를 넘어, 뇌의 ‘생체시계 조절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뇌의 각성 스위치를 강제로 켭니다. 우리 눈에는 시각세포 외에 ‘감광성 신경절세포ipRGCs’가 있습니다. 이 세포는 사물의 형태보다 주변의 밝기, 특히 블루라이트 파장을 감지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교차상핵SCN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밤에 스마트폰을 보면 뇌는 이 빛을 ‘아침 햇살’로 착각합니다. 이로 인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는 중단되는 반면, 종일 몸속에 쌓인 피로물질인 아데노신은 계속 잠을 자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결국 뇌는 낮과 밤의 화학적 신호가 충돌하는 ‘과부하’ 상태에 빠지고, 이것이 눈의 피로를 넘어 사고 회로가 흐려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Q.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세월 참 빠르다”에는 세 가지 가설 및 과학적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대비 지나가는 시간의 ‘비율’ 때문입니다. 1877년 프랑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폴 자네가 제안한 ‘비율 이론’은 현재의 시간을 살아온 전체 인생의 길이에 비례해서 느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살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20%지요. 반면 50살 어른에게 1년은 인생의 2%에 불과합니다.

둘째, 아이와 어른이 느끼는 ‘경험’의 밀도 차이 때문입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세계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 닐 더그래스 타이슨이 본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나의 가설을 제안합니다. 뇌는 새로운 기억이 많을수록 시간을 길게 인식합니다. 모든 게 처음인 어린 시절과 달리, 성인의 뇌는 반복되는 일상을 ‘압축 저장’하므로 회상할 때 시간이 짧게 느껴집니다.

셋째,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아드리안 베잔 듀크대 교수는 ‘마음의 눈’이 처리하는 이미지의 속도 차이로 설명했습니다. 젊은 사람의 뇌는 신경망의 정보전달이 빠르고 안구운동이 활발해 1초당 뇌가 찍어내는 ‘정신적 스냅샷’ 수가 많기에 필름 프레임이 많은 ‘슬로모션’ 영상처럼 시간이 길고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나이 든 사람의 뇌는 이미지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뇌가 기록하는 프레임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마치 ‘타임랩스’ 영상처럼 시간이 후딱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세 가지 중 여러분은 어떤 해석에 더 공감하시나요? 분명한 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그동안 지나온 추억과 기억을 되새기는 행동을 할수록, 나이 들어도 ‘느끼는’ 시간은 더 길어질 겁니다.
Q. AI가 내 얼굴을 인식하는 속도와 사람이 사람 얼굴을 알아보는 속도 중 어느 게 더 빠를까? 인간의 뇌는 얼굴을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순수한 ‘반응 속도’만 따진다면 AI의 압승입니다. 얼굴을 감지하고 식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인간의 뇌와 AI의 처리 속도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인간 : 인간이 얼굴을 보았을 때 뇌파를 측정하면 약 0.17초 후에 뇌의 시각피질에서 얼굴 인식 특유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AI : 최신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10배 빠른 단 0.018초 만에 얼굴을 식별하며, 정확도 또한 99.8%를 상회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의 DeepFace는 97.35%의 정확도로 인간의 평균 정확도와 유사했고(인간 97.53%), 2019년 등장한 ArcFace는 99.83%로 인간을 초월하는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분명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AI는 특정 조건에선 인간을 능가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AI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마스크를 쓰거나, 조명이 어둡거나, 얼굴이 부분적으로 가려진 상황에서도 인간의 뇌는 맥락Context을 통해 대상을 유추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 근처 횡단보도 건너편에 갈색 코트를 입고 붕어빵을 한 손에 들고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졌고 모자도 쓰고 있습니다. AI는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내에게 선물한 갈색 코트를 입고 있고, 붕어빵을 사오겠다고 약속했던 맥락과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속도를 제외한 얼굴 인식 전반에 대해서는 인간이 AI보다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즐러’ 백정엽 박사
경희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강연과 칼럼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현재 ‘과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의 ‘과즐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방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뇌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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