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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빛으로 삶을 읽다
김용기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교수
김선녀 사진 김기남

천문학은 별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이전에,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질문의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백색왜성의 X선을 추적해 별의 진화를 밝히는 연구자이자, 대중천문학과 메이커스페이스 기반 교육을 통해 과학과 사회를 연결해온 김용기 교수.
그는 우주를 관측하는 태도가 곧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연구실에서 강연장까지 보이지 않는 빛을 모아온 그의 이야기는 과학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과 철학이 되는지 보여준다.

Q1. 지금까지 해오신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X선을 방출하는 백색왜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여 년간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는 백색왜성의 자기장에서 생성된 X선이 가시광선 변동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관측·분석해, 주기 변화와 진화 과정을 밝히는 것입니다. 충북대 천문대 망원경에 자동 관측 시스템을 구축해 백색왜성뿐 아니라 외계행성, 소행성, 인공위성 추적 관측도 수행해왔습니다. 또한 2000년대 초부터 대중천문학 과정을 개설해 천문 교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천문학을 사회와 연결하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은 메이커스페이스 전문 랩을 운영하며 3D 프린터·CNC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아이디어의 시제품 제작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고천문의기 복원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Q2. ‘대중천문학’은 조금 생소하게 들립니다. 어떤 학문인가요?
대중천문학은 천문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멈추지 않고, 천문학 연구 성과를 대중의 언어로 정확히 번역하고, 교육·전시·관측 프로그램·시민과학 같은 활동을 통해 과학적 사고와 과학문화가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학문입니다. 천문학은 다른 분야처럼 곧바로 산업 제품으로 연결되기보다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대중천문학은과학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시민이 과학적 쟁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과학문화의 중요한 매개가 됩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시뮬레이션과 맞춤형 학습 도구를 활용해 학습 경험을 정교화하거나, 알트메트릭스Altmetrics 같은 지표로 연구·콘텐츠의사회적 파급력을 평가하는 등 연구와 실천 방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학·과학철학·메이커 기반 실습이 결합되면서, 추상적인 우주 개념을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만들고 조작하며 경험하는 학습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독일 자브뤼켄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안식년을 보내며, 독일 대학들이 교육과 연구에 더해 기술사업화를 ‘세 번째 사명’으로 체계화하는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메이커센터 같은 지역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대중천문학이 교육과 연구를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❶ 알트메트릭스 : 논문의 가치를 전통적인 인용 횟수가 아닌 사회적 반응과 확산 정도로 측정하는 지표.
Q3. 교수님이 연구해오신 백색왜성은 어떤 천체이며, 왜 중요한 연구 대상인가요?
백색왜성은 태양처럼 질량이 낮거나 중간인 별이 진화를 마친 뒤 남기는 항성의 핵 잔해입니다. 더 이상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지구 크기 정도의 작은 부피에 태양 질량의 약 60%가 압축돼 있어 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백색왜성 물질을 숟가락으로 뜬다면 수 톤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 천체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은하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별이 결국 백색왜성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백색왜성을 이해하는 것은 별의 생애 전반을 이해하는 일과 같습니다. 둘째, 백색왜성은 전자 축퇴압으로 지지되는 대표적인 천체로, 지상에서는 실험할 수 없는 고밀도 물질의 물리법칙을 관측으로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작은 항성 잔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항성 진화와 물질 상태, 나아가 은하의 역사까지 담겨 있습니다.
Q4. 백색왜성이 방출하는 X선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입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빛’을 연구하는 것은 천문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우주는 가시광선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장대마다 드러나는 물리 과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X선은 특히 고온과 격렬한 에너지 변환을 보여주는 빛으로, 백색왜성이 쌍성계에서 물질을 끌어당기거나 강한 자기장에 의해 물질이 가속될 때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백색왜성이 항상 X선을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물리적 메커니즘으로 X선이 생성되는지 밝히는 데 있습니다. X선 관측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빛’을 보는 일이 아니라,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떨어지며 중력에너지가 열과 복사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작업입니다. 이는 핵융합에너지가 빛으로 나오는 일반적인 별과는 전혀 다른 에너지 방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김용기 교수는 희미한 빛을 꾸준히 모아 은하가 드러나는 과정과 같이 연구와 인생 모두 인내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Q5. 교수님은 대중천문학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 천문학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천문학은 인간이 처음 품은 과학적 질문에서 출발한 가장 오래된 학문입니다. 해와 달의 움직임, 계절의 반복을 관찰하며 인간은 자연에 규칙이 있음을 깨달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의 기준과 농업·수학·물리 같은 학문이 함께 발전했습니다. 천문학은 단순히 별을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천문학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방식을 훈련합니다. 관측으로 증거에 기반한 판단을, 모형과 시뮬레이션으로 가설과 검증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또한 우주라는 거대한 스케일은 인과관계와 불확실성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나아가 천문학은 물리·수학·컴퓨터·공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학제적 관문으로, 청소년과 시민에게 가능성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그래서 대중을 위한 천문학 교육은 과학을 ‘아는 것’을 넘어,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Q6. 교수님이 생각하는 천문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천문학은 대표적인 융합 학문입니다. 천문학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할 필요는 없지만 각 소리가 언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별의 중심을 연구하려면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을 이해해야 하므로 핵물리가 필요하고, 별빛이 어떻게 관측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원자물리와 광학이 필요합니다.

현대 천문학은 인공위성 없이는 불가능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가시광과 전파를 넘어 X선과 감마선을 관측하려면 항공우주 기술, 통신 기술, 정밀 제어 기술이 모두 필요합니다. 천문학자는 이 모든 기술을 혼자 개발하지는 않지만,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여러 분야와 협업해 우주의 질문에 답합니다. 그래서 천문학은 과학과 공학을 아우르며 다양한 학문을 하나로 묶어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는 학문입니다.
Q7. 과거 신체적 어려움과 편견을 극복하며 연구자로 성장해오셨습니다. 이 경험이 교수님의 연구 철학과 우주에 대한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천문학은 제게 학문을 넘어 삶을 다시 붙잡게 해준 존재입니다. 장애로 인해 반복된 입시 좌절과 편견을 겪으며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천문학을 만나며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 자신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137억 년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 ‘우주 달력’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늦게 등장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고, 동시에 나는 우주가 오랜 시간 준비해 만들어낸 존재라는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스스로를 ‘우주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 정체성이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유학 시절과 개인사에서 큰 상처를 겪었을 때도, 이 믿음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지금의 연구 철학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우주를 연구하는 일은 곧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이며, 그 인식이 저를 오늘도 연구자로 더욱 성장하게 합니다.
Q8. 교수님이 천문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후학들에게 조건이 완벽해서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천체사진을 찍을 때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가진 자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끝까지 고민하는 태도입니다. 밤하늘이 아무리 어두워 보여도 조리개를 열고 희미한 빛을 꾸준히 모으면 결국 은하가 드러나듯, 연구와 인생도 인내의 누적 위에서 빛을 냅니다. 장비가 부족하면 전략을 바꾸고, 데이터가 없으면 협업과 공개 자료를 활용하면 됩니다. 수학이 두렵다면 더 기초로 내려가 차근히 쌓으면 됩니다. 연구는 재능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작게 쪼개 끝까지 밀고 가는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한계를 이유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우주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며, 포기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그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김용기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교수
김용기 교수는 누구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교수로,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X선을 방출하는 백색왜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30여 년간 백색왜성의 진화와 고에너지 복사 현상을 연구하는 한편, 대중천문학 교육과 메이커스페이스 기반 과학·창업 교육을 이끌어왔다. 천문학을 통해 과학적 사고와 삶의 태도를 함께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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