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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극 3특 균형성장 전략과
강원·전북·제주의 성장 엔진 육성 방안
이병헌 광운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 3특 위원장

각 지역의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관 주도의 산발적 지원이 아닌, 기업이 앞장서고 지역이 판을 까는 이 혁신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특별지자체와 광역 연합이 독자적인 성장 엔진을 장착하고 비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살펴본다.

제주·세종·강원·전북 등 4개 특별자치시도로 구성된 특별자치시도 행정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3일 세종시에서 정기회의와 특별자치 포럼을 열어 특별자치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의 지역 불균형 문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 결과 최근 10년 사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39만 8000명이며, 2024년 기준 수도권 거주 인구는 2605만 명으로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50.86%로 나타났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이동 양상이 확연히 엇갈린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지방으로 순유출됐지만, 19세에서 34세 청년층은 매년 5만~8만 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되었다.

청년들이 서울과 경기도로 몰려드는 이유는 진학과 취업이다.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수도권에서 직장과 주택을 구하는 것을 선호한다. 지방보다 수도권이 좋은 일자리가 많고, 생활 여건도 낫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수도권을 떠나길 싫어하기 때문에 기업도 인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지방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성장 단계에 진입하면, 연구 인력을 구하기 위해 마곡이나 판교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수도권 대학 출신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채용하려 한다.

젊은 인재와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방에 산재해 있는 제조업이 중국 등 후발 개도국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대학도 동시에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군산시 20대 순유출 인구는 1만 명을 넘어섰으며, 덩달아 지역 국립대와 전문대의 신입생 미충원율도 대폭 증가했다. 지역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일자리가 줄어들면 지역 대학 졸업생의 수도권으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이는 다시 지역 내 스타트업과 벤처의 창업 활동 위축과 지역 기업의 개발 인력 및 엔지니어 인력난으로 연결된다. 산업이 사라지니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니 대학이 무너지고, 대학이 무너지니 산업은 더 이상 재생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5극 3특 균형성장, 무엇이 다른가
지방 경제의 침체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이하로 떨어졌는데, 지방 경제의 회복 없이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3%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성장을 핵심 국정 목표로 설정했으며,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으로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여,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 설계도가 제시하는 핵심 과제는 권역별로 성장 엔진이 되는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5극 3특 권역별로 지자체·대학·기업이 협력하여 새롭게 육성할 신산업 분야를 발굴하고,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인재를 불러 모으는 것이 목표다. 기업은 지역의 연구개발과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자금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 내 기업과 대학의 협력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신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 이번 정부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03년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기업의 지역투자 유치를 통해 혁신도시를 조성하며, 산학연 협력이 이루어지는 지역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5+2 광역경제권으로 산업·인재·인프라를 키우는 정책과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시·도 단위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 지역별 창업 생태계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혁신도시의 기업 유치와 지역 혁신클러스터 고도화, 도시재생 뉴딜을 통한 혁신 거점 조성을 추진했다.
역대 정부별 지역 균형발전 및 경제 전략 비교
정부 핵심기조 및 전략 주요 추진 내용 및 특징
노무현 정부 국가 균형발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기업 투자 유치 혁신도시 및 산학연 협력 중심의 ‘지역 혁신클러스터’ 조성
이명박 정부 5 + 2 광역경제권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어 산업·인재·인프라 육성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 선정 및 육성 추진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시·도 단위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지역별 창업 생태계 조성 사업 추진
문재인 정부 혁신 거점 조성 혁신도시 기업 유치 및 지역 혁신클러스터 고도화 ‘도시재생 뉴딜’을 통한 혁신 거점 조성 추진
이와 같이 지역의 신성장 산업 육성과 혁신클러스터 조성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면서 기업·대학·인재·자금이 임계 규모 이상으로 결집하고 연결되어 집적효과를 갖는 혁신클러스터를 형성하지 못했다. 연구시설과 장비가 여러 지역으로 산개되었고, 단기적인 R&D 과제가 남발되면서 산업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중앙정부가 산업을 지정하고 지역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동일한 신산업 육성 정책이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었다. 또한 사업 대부분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추진되었으며,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는 없었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묶어서 지원한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권역별 신성장 엔진 조성 사업은 과거 정책을 교훈 삼아 추진 방식을 완전히 달리하고자 한다. 우선 권역별 성장 엔진은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 따라 발현되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 성장 엔진 육성에 기업이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학은 기업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위한 규제·세제·자금·인력 측면의 지원을 할 계획이다. 5극 3특 권역별로 기업,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학 간의 투자협약을 통해 신성장 엔진 육성을 위한 R&D, 인력 양성, 사업화를 일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권역별 신성장 엔진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방식도 크게 바뀐다. 지금까지 각 부처에서 개별 사업 단위로 나뉘어 추진되던 정부 지원을 가급적 통합하여 묶음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거점 국립대 지원사업과 RISE 사업, 과기부의 지역 AI 전환 사업과 R&D 지원사업, 산업부의 지역 특화산업 R&D, 중기부의 지역 중소기업 R&D와 창업 지원사업, 국토부의 첨단 기업도시 조성 사업 등을 권역별 메가 샌드박스와 패키지로 묶어서 지원함으로써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임계 규모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17개 시·도 단위로 분산 투자되던 것을 5극 3특 권역별로 투자를 집중해 혁신 거점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성장 엔진 지원이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 등 5극에 해당하는 지역에 집중되고 3개의 특자체인 강원, 전북, 제주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5극 3특 성장 엔진 육성은 권역별로 기업이 투자를 통해 앞장서고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중앙정부의 투자는 권역별 기업 투자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지원될 예정이기 때문에 3특이 소외될 여지는 없다.
3특의 기회, ‘전략적 자율성’에 달렸다
5극 3특 중에서 3특에 해당하는 특별자치단체는 강화된 자치 권한과 규제 특례를 갖게 되므로,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지역 실행’이라는 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성장 엔진을 지역 주도로 기획하고 육성해나갈 기회다.
‘3특(강원·전북·제주)’ 권역별 차별화 성장 엔진
구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핵심 키워드 바이오 헬스케어 에너지 첨단 소재 우주, 친환경, UAM
주요 산업 의료 데이터 활용 헬스케어
고령화 대응 바이오 솔루션
농생명 산업, 이차전지와 수소에너지,
탄소 소재
민간 우주산업, UAM
친환경 건강식품, 화장품
실행 전략 원주·춘천 바이오 R&D 클러스터
구축(실증 중심 순환구조)
산학연 공동 R&D 센터 설립, 신기술
테스트베드 구축, 메가 샌드박스로
기업 투자 유치
글로벌 테스트베드 구축 및 기억 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강원도의 경우 기존의 관광·레저 산업에 더해 의료 데이터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고령화 대응 바이오 솔루션 등에서 타 권역과 차별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원주·춘천 등 주요 거점에 조성되는 바이오 R&D 클러스터에서 의료기관–대학–기업이 연결되는 실증 중심의 R&D 순환구조가 정착된다면 강원도는 한국형 바이오 신산업의 표준을 제시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서해안과 새만금의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신성장 엔진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인공지능과 바이오 기술을 전통산업과 융합한 농생명 산업뿐 아니라 이차전지와 수소·탄소 소재 등 첨단산업도 전북의 신성장 엔진으로 육성할 만하다. 전북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간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안정성 테스트,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연구, 탄소 복합 소재의 모빌리티 적용 등을 메가 샌드박스 지원과 대규모 상용화 투자로 연계한다면, 세계시장을 향한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한 공간에 있는 ‘강원 산학융합지구’ 준공식이 원주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12월 23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전북 벤처투자 라운드 Scale-up 통합 컨소시엄’ 행사가 개최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2일 제주도 서귀포시 하원테크노캠퍼스에서
제주우주센터 준공식을 개최했다.
제주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자립 실험, 탄소중립 모델, 관광산업 혁신 등 다양한 미래 정책 실험을 진행해온 지역이다. 이번 전략에서도 제주는 친환경 건강식품과 화장품 산업의 R&D와 제조 거점으로, 그리고 우주산업과 UAM의 글로벌 테스트베드로도 유망한 지역이다. 제주가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들 분야에서 기업 투자를 끌어내고, 국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정주 환경을 개선하며, 대학의 인력 양성 체계를 기업 수요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설계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의 재배분, 그리고 규제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다. 특히 3특의 균형성장을 위해 중앙정부는 특별자치도에 실질적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단순한 행정 위임이 아니라 산업정책의 설계와 집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 규제 적용 여부 판단 권한을 포함한 전략적 자율권이 보장될 때 비로소 혁신이 속도를 낼 수 있다. 또한 규제 특례는 단발성 예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실험 체제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위험관리와 혁신 촉진이 균형을 이루는 규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이 지역 성장 엔진 육성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3특 지역인 강원·전북·제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이 선도적으로 지역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대학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규제 개선, 에너지 공급, 세제 감면, 주거와 생활 인프라 구축, 인력 공급 등 기업 투자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강원·전북·제주가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면, 한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성장 경로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병헌 광운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 3특 위원장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자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5극 3특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과 혁신전략 분야의 전문가로서, 지역과 기업이 주도하는 균형성장 모델을 제시하며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설계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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