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R&Dism>공학자의 시선
메타표면의 산업화 시대를 설계하다
노준석 포항공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투명망토부터 초박형 렌즈에 이르기까지, 빛의 경로와 특성을 제어하는 메타광학 기술을 선도해왔다.
특히 연구실 수준의 입증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팀은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대면적·저비용 양산 공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메타표면을 누구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산업 부품으로 전환하여 차세대 광학 및 XR 산업의 핵심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투명망토와 초박형 렌즈의 마법
본 연구팀은 빛의 전파 경로와 굴절 특성을 자유롭게 설계함으로써 물체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투명망토 개념부터 나노미터nm 수준의 두께로 고해상도 광학 성능을 구현하는 메타렌즈 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존 광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메타광학 개념을 선도해왔다. 메타표면Metasurface이란 나노미터 크기의 인공 구조를 표면에 주기적으로 배열함으로써 빛의 위상, 진폭, 편광과 같은 광학적 자유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초박형 평면 광학 소자다. 빛이 물질 내부를 길게 통과하며 굴절되는 기존 렌즈와 달리, 메타표면은 빛이 표면을 통과하는 순간 발생하는 국소적인 빛–물질 상호작용을 이용해 원하는 광학 기능을 구현한다. 이로 인해 메타표면은 수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두께로도 집광, 영상 형성, 홀로그램 구현, 편광 변환 같은 복잡한 광학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메타표면은 기존 광학계의 부피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 기술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메타렌즈, 메타홀로그램, 구조색, AR/VR 광학계, 고감도 센서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기존 광학 소자를 대체하거나, 기존 방식으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새로운 기능을 실험적으로 입증해왔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과의 높은 호환성, 시스템 소형화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차세대 광학 플랫폼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포항공대POSTECH 연구팀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이러한 메타표면 기술을 연구실 수준의 데모를 넘어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양산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타표면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이 입증되었지만,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기에는 여전히 큰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한계는 대면적, 저비용, 고수율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메타표면 연구는 주로 전자빔 리소그래피EBL, Electron-beam Lithography에 의존해왔는데, 이는 정밀도는 높지만 처리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높아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 ❶ 전자빔 리소그래피 : 전자빔을 이용해 감광막 위에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패턴을 그리는 공정 기술.
기존 굴절 렌즈(좌)와 메타렌즈(우)의 구조 비교. 두꺼운 굴절 렌즈와 달리, 메타렌즈는 표면에 배열된 나노미터 크기의 인공 구조물(메타아톰)을 통해 빛을 제어한다. 이 덕분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로도 고성능 광학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메타표면 양산을 위한 핵심 접근 전략
메타표면을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부터 제조 친화적인 구조와 공정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다. 본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메타표면의 광학 성능과 제조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핵심 연구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Nanoimprint Lithography를 기반으로 한 메타표면 양산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NIL은 한 번 제작한 마스터 패턴을 반복적으로 복제할 수 있어, 웨이퍼 스케일의 롤투플레이트Roll-to-plate및 롤투롤Roll-to-roll 공정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기존 EBL 중심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에서 요구하는 대량생산 공정으로 메타표면을 전환하고자 한다. 또한 고굴절률 무기재료에 국한되었던 기존 메타표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굴절률 나노입자를 포함한 프린터블 레진Nanoparticle-embedded Resin, 그리고 원자층 증착ALD, Atomic Layer Deposition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 등 다양한 소재 및 공정 조합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다수의 국내외 기업과의 공동연구 및 협업을 통해 실제 산업 공정 환경을 반영하며 진행되고 있다.

메타표면 산업화에서 중요한 또 다른 과제는 수율과 신뢰성이다. 나노구조가 수십억 개 반복되는 메타표면에서는 미세한 결함 하나가 전체 광학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패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정 변동성에 강인한 설계, 결함 허용도를 고려한 메타아톰 라이브러리 구축, 반복 공정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재료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와 실험 데이터를 연계해, 양산 환경에서도 재현 가능한 메타표면 설계 방법론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메타표면을 ‘한 번 잘 만드는 소자’가 아니라, ‘항상 동일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 부품’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메타표면이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시스템 통합 능력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이 담당하는 요소기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AR 글라스용 메타광학 시스템을 대기업이 개발 및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메타표면용 소재, 나노임프린트 공정, 몰드 제작, 후공정 패키징 등의 기술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모든 기술을 대기업이 내부에서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대학에서 축적된 원천기술이 중소기업으로 이전되고, 다시 대기업 제품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본 연구팀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논문 발표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과의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❷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 나노 크기의 패턴이 새겨진 스탬프(몰드)를 도장 찍듯이 기판 위에 눌러 패턴을 전사하는 기술.
  • ❸ 고굴절률 무기재료 : 빛을 굴절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규소Si나 이산화티타늄TiO2 등의 소재. 메타표면의 광학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재료 자체가 딱딱해 나노임프린트 같은 유연한 대량생산 공정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❹ 고굴절률 나노입자를 포함한 프린터블 레진 : 가공하기 쉬운 액체 상태의 수지Resin에 고굴절률 나노입자를 섞어 만든 복합 소재.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이 있어 도장 찍듯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 공정이 가능하면서도, 굳어진 뒤에는 무기재료에 버금가는 높은 광학 성능을 낼 수 있다.
  • ❺ 원자층 증착 : 원자 두께의 아주 얇은 막을 층층이 쌓아 입히는 공정.
  • ❻ 메타아톰 라이브러리 : 메타표면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메타아톰(나노 구조체)’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 그리고 그에 따른 광학적 특성 데이터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를 말한다.
노준석 교수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대면적 메타표면 양산(스케일업)’ 연구 모습. 나노 패턴이 새겨진 스탬프를 도장 찍듯이 기판에 눌러 복제하는 방식이다. 기존 전자빔 공정EBL 대비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저렴해, 웨이퍼 스케일의 대면적 양산이 가능하다.
Roll-to-plate 공정
Roll-to-roll 공정
논문을 넘어 산업으로 이어지는 연구
학계에서는 종종 영향력 지수 높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연구의 최종 목표인 듯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중요하지만, 메타표면 같은 차세대 플랫폼 기술에서는 논문 이후 단계가 더욱 중요하다. 실제 산업에서 요구하는 성능, 비용, 신뢰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우수한 연구라도 시장에서 사장되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의 메타표면 연구는 학술적 성과와 함께 산업적 요구를 반영한 연구 방향 설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연구 지원, 산학연 협의체 운영,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조성이 필수다.
나는 공학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메타표면 기술이 향후 대한민국의 핵심 광학, 반도체, XR 산업을 이끌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과거 대한민국이 반도체 공정 기술과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장기간의 기초 연구와 공정 인프라 축적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듯이, 메타표면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원천기술과 제조기술을 축적해나간다면 미래 광학 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메타표면 산업은 큰 매출을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지만, 언젠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때 그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연구자와 학생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연구실에서 밤낮없이 실험과 설계를 반복하는 학생들과 연구원들 역시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광학 산업의 변화를 이끌 주역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메타표면 양산 기술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다. 필자는 앞으로도 연구와 교육을 통해, 메타표면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연구팀은 실험실 수준의 성과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나노임프린트 기반의 대량생산 공정과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노준석 포항공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미국 UC버클리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메타물질과 나노광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차세대 광학 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