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는 2021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2년 9개월간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과제를 수행하며, ‘친환경 리필형 에어리스 화장품
패키징’을
개발했다. 이 패키지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에코 펌프’. 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플라스틱 스프링에 가깝다.
보통 손가락에 힘을 실어 누르는 ‘펌핑 제품’에는 스테인리스 스프링이 사용된다. 높은 강도와 우수한 탄성 덕분에 반복적인 펌핑 동작에도 변형이나 손상이 적기
때문인데, 문제는 용기를 버릴 때 이 스테인리스 스프링을 꺼내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일반 쓰레기로 분리해 소각한다. 삼화는 이를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R&D본부 이경창 상무는 “펌핑 용기는 평균적으로 1000~2000번 사용되지만 우리는 1만 번까지 견딜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라며 이를 위해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형태’ 개발에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탄성을 지닌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일은 소재 전문 기업과의 협업으로 실마리를 얻었지만, 최적화된
형태를 디자인하는 일은 순전히 삼화 연구진의 몫이었다. 동글동글 스프링 모양부터 지그재그 아코디언 등 수많은 스케치가 시제품으로, 실험과 그 결과로 사라지며 1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나라 전통 활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탄생했고 꼭 타악기 장구를 닮은 형태로 완성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에코 펌프는 2023년
상용화에 성공했고, 환경부로부터 재활용 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다양한 제품에 도입되는 중이다.
초기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미온적이었다. 당장 규제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업계 도입 상황을 지켜보자는 평이 대다수였던 것. 다행히 이런 분위기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제는 많은 브랜드가 삼화의 패키징을 활용해 친환경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