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One More Tech >키워드 산책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면
우아영 과학 칼럼니스트, <평행세계의 그대에게> 저자

흔히 수학을 어려운 공식과 계산의 연속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사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언어이자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도구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현상과 심지어 문학 작품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수학은 그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새러 하트 지음 / 고유경 옮김 / 미래의창 펴냄

우주는 패턴으로 가득하다. 나뭇잎의 배열, 벌집의 육각형 구조, 행성들의 공전 궤도, 파동처럼 퍼져나가는 물결까지. 인류는 이를 수학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물체의 운동을, 맥스웰 방정식은 전자기장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중력의 본질을 밝힌다. 수학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물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상호작용하는지 해석한다. 즉 수학은 ‘우주의 언어’다.

문학과 수학, 두 언어의 경계를 넘다

우리는 종종 잊지만, 인간도 우주의 일부다. 그러한 인간이 만들어낸 문학 또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문학 속에도 수학적 구조가 자연스레 스며든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은 바로 이러한 수학과 문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 새러 하트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 교수직인 그레셤 기하학 교수이자, 동시에 영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다. 그는 문학을 단순히 언어 예술만이 아니라 수학적 원리와 논리가 담긴 구조적 산물로 본다. 그에 따르면 ‘수학과 문학은 불가분하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연결고리들을 이해하면 두 분야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한층 풍성해질 수 있다.’ 그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문학 속 수학적 요소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문학을 집에 비유한다. 먼저 집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토대. 소설의 구조와 시의 운율 체계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구조다. 프랑스의 문학 운동 단체 울리포OuLiPo(잠재 문학 작업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를 극대화한 대표적 사례다. 조르주 페렉과 이탈로 칼비노 같은 작가들은 특정한 수학적 규칙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창작했다. 예를 들어 알파벳 e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모음으로 e만 사용해 소설을 완성하고, 등비수열 법칙에 따라 각 장의 분량을 고정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러한 형태적 제약이 오히려 창조성을 자극한다고 믿었다.

“그노몬 같은 고래의 지느러미”

토대를 세웠다면 이제 집을 꾸미는 장식과 벽지, 카펫을 볼 차례다. 바로 작품에 숨어 있는 수학적 은유다. 많은 작가들이 숫자의 상징적 의미를 활용해 글에 묘미와 깊이를 더했다. 대표적인 예가 하트 교수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인 멜빌의 <모비 딕>이다. 화자인 이슈메일은 고래의 지느러미를 해시계의 ‘그노몬(해시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바늘 부분)’에 비유한다.

“그노몬 같은 지느러미가 일어나 주름진 해수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지느러미를 둥글게 둘러싼 바닷물이 우아한 물결 모양의 시간 눈금이 새겨진 해시계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이슈메일, 즉 멜빌은 기하학자의 눈을 가졌던 것이다. 이 외에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등에 풍부한 수학적 은유가 숨어 있다. 이토록 유명한 작품들이,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다가온다. 또한 노골적으로 수학적인 주제를 사용하고 때로는 수학자들이 등장인물로 나서는 소설을 통해 수학이 어떻게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지 살펴본다. 정사각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독창적인 수학 소설<플랫랜드: 다차원의 로맨스>를 비롯해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위대한 문학과 수학이 주는 미적 경험

“좋은 글과 마찬가지로 좋은 수학에도 구조, 리듬, 패턴이 담겨 있다. 위대한 소설이나 완벽한 소네트를 읽을 때 느끼는 감정, 즉 모든 구성 요소가 조화롭고 완벽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품에 감탄하는 것은 수학자가 아름다운 증명을 읽을 때 느끼는 경험과 같다.”

하트 교수는 문학과 수학이 얼마나 유사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지 강조한다. 문학과 수학을 별개로 여겼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수학의 논리적 아름다움과 문학의 감성적 깊이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수학에 대한 거부감보다 영문학 작품에 대한 낯섦이 외려 더 큰 장애물일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마음만 활짝 연다면 대단히 신선한 지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트 교수가 서두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언컨대, 곧 더 큰 책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 말이 맞았다. 소개된 작품들로 장바구니가 가득 찼다.

#수학과문학#모비딕#기하학

s5_2_1.png
<수학이 일상에서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클라라 그리마 지음 / 배유선 옮김 / 하이픈 펴냄

50가지 엉뚱한 이야기로 만나는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스페인 세비야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스페인 최고의 수학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클라라 그리마 교수가 수학의 재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여정은 두 아들과 나눈 유쾌한 대화에서 비롯됐다. 티셔츠에 그려진 ‘파이’ 기호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무한대’라는 개념을 설명하자, 아이들은 이렇게 반응했다고 한다. “아, 그럼 피자를 ‘파이π자’라고 불러야겠네! 동그랗잖아요.” “무한대라는 건 수학자들이 대충 설명하고 쉬려고 만든 거구나.” 그 순간, 그리마 교수는 수학을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정을 품었다. 그렇게 ‘마티와 매스어드벤처’라는 블로그가 탄생했고, 이 책으로까지 연결됐다.

그리마 교수는 단언한다. “수학이 재미있는 건 수학이 원래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수학은 탄탄하고 경이로운 놀이이자,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이며, 논리를 정교하게 판단하는 도구이자, 우리가 사는 우주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수학을 배우고 즐긴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하는 일이다. 내가 품을 수 있는 세상을 넓히는 일인데, 재미없을 리가!

#일상속수학#쉽게배우는수학#스페인수학자

<수학 개념 사전>

사와 고지 지음 / 히로사키 료타로 그림 / 송경원 옮김 / 동양북스 펴냄

눈이 즐거운 수학

완전히 개념에만 집중한 책이다. ‘양수’, ‘사각형’, ‘제곱근’, ‘백분율’, ‘행렬’ 등 하나의 개념이 하나의 소제목을 이루고, 각 개념을 한두 쪽에 걸쳐 명확하게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개념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강렬한 일러스트를 곁들였다. 단순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들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어떤 건 엽서처럼 예뻐서 놀라고, 어떤 건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이렇게 시각화할 수 있구나 싶어 놀란다. 과학 일러스트로 유명한 잡지 <뉴턴>을 보유한 일본답다.

학교에서 10년 넘게 수학을 배우지만 정작 지수함수가 무엇이고 기하학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그때 배운 지수함수가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노이즈캔슬링을 이용한 몰입의 순간이 삼각함수에서 온다는 사실이나, 횡단보도를 대각선으로 건너면 위험한 수학적 이유 등 실생활과 연결된 예시도 가득하다.

이 책은 수학을 어려워했던 이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수학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라도 수학과 화해하고 취미로 즐겨보려는 어른들에게 좋은 책이자, 이제 막 수학을 배우기 시작한 자녀와 함께 보면 더 좋은 책이다.

#개념쏙쏙#일러스트수학#취미수학

s5_2_2.png
유튜브 찾아볼까?
s5_2_icon.png
s5_2_4.png
암 치료 시기부터 예상 수명 계산까지!
수학으로 생명을 구하는 카이스트 교수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조차 풀지 못한 60년 된 난제가 있었다. ‘생체시계는 왜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가?’ 이 난제를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가 수학적 예측과 실험을 통해 해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수면과 생체리듬, 팬데믹, 신약 개발 등 수리생물학의 세계를 탐구하는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이라는 책도 출간했는데,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 흥미로운 수리생물학 연구를 친근하고 쉽게 풀어냈다.

#수리생물학#김재경#생체시계#난제

s5_2_4.png
s5_2_5.png
겁내지 말아요~ ‘움직이는 세상’을 다룬 최초의 수학

미적분은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다. 수학자 박형주 교수가 ‘움직이는 세상을 다루는 미적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 발명 논란부터, 먹이사슬에 따른 개체 수 변화, 코로나19 확진자 예측 등 실생활에 활용되는 미적분의 사례까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미적분#뉴턴#라이프니츠#예측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