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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Best Practice
더 긴 주행, 더 안전한 충전
글로벌 리딩 전해액 기술의 탄생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고에너지밀도(>300Wh/kg) 리튬이차전지용 전해액 상용화 기술 개발
㈜엔켐
김아름 사진 서범세

이차전지 구성 요소인 전해액은 우리 몸을 이루는 혈액과 닮은 점이 많다. 혈관을 타고 흐르며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혈액처럼,
전해액은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온을 옮기며 전기에너지를 전한다. 혈액이 깨끗해야 몸이 건강하듯, 전해액 품질이 배터리의 수명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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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안전, 전해액의 품질이 좌우
“일반적으로 전해액은 가연성이 높습니다. 배터리 내부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가 대형 사고로 커지는 것이 전해액 때문이죠. 따라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전해액의 품질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국내 1위, 전 세계 3위 규모의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 오정강 대표는 제품 개발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안전’을 꼽았다. 물론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이슈는 전해액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전해액 고유의 특성이 우려를 키우는 것은 사실이기에, 선도기업으로서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오 대표가 “기술, 그리고 기술!”을 강조하며 연구개발R&D에 전력을 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노력이 모여 오늘의 엔켐을 만들었고, 지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R&D 대표 1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엔켐은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고에너지밀도(>300Wh/kg) 리튬이차전지 전해액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로, 세계 최초의 2세대 전기차용 전해액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차전지 시장의 KEY를 만든 KEIT 과제
엔켐은 2010년 중반 무렵 본 과제를 처음 기획했다. 당시 상용화된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00~400km 수준으로, 장거리 주행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또한 부족했기에, 업계는 1회 충전 거리를 늘리는 기술개발에 몰두해야 했다. 엔켐은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를 목표로 잡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해액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했고, 연구팀은 전지의 수명, 출력, 안전 및 안정성 등 다양한 성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전해액과 기능성 첨가제 개발에 주력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실험과 분석은 수도 없이 반복되었고 이론과 실제 결과를 비교·검증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실마리를 찾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첨가제’가 다르게 다가왔다. 첨가제는 전해액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쓰이는 소량의 재료. ‘여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연구팀은 전해액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카보네이트 용매와 불소를 포함한 불화 카보네이트를 기반으로 특수 첨가제를 개발했다. 새로운 첨가제는 리튬이온의 이동을 보다 활발하도록 도왔고 충전 효율도 높였다. 기존보다 높은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다. 고온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양을 감소시켰고 배터리 자체의 불순물도 줄였다. 전체적으로 안전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시키도록 만들었다.

“R&D 과정에서 당초 목표로 잡았던 첨가제 개발 외에도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비불소계 첨가제의 필요성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첨가제를 조합해보고, 이를 평가하기 위한 여러 분석 기술을 쌓으며 전반적으로 전해액의 성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새로이 정립하게 된 것이지요.”

해당 과제는 지난 2020년 12월 31일 성공리에 종료되었다. 본 기술로 개발된 전해액은 국내 리튬이온 이차전지 전해액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570억 원의 국내외 매출 실적을 달성했으며, 3년에 걸쳐 48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를 냈다. 향후 리튬이온 이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면, 본 과제의 효과 또한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다.
  • ❶ 카보네이트 용매: 탄소와 산소가 붙어 있는 분자의 화합물. 리튬이온이 잘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❷ 불화 카보네이트: 카보네이트 용매의 일부 수소H를 불소F로 바꾼 화합물. 배터리가 더 오래 가도록, 뜨겁거나 높은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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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도약, 다시 없을 눈부신 성장 위해
전기차 시장은 기술 보급과 대중화 사이에서 ‘캐즘Chasm’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흐름은 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엔켐 또한 다음 성장기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 2026년까지 연간 100만 톤, 2030년까지 180만 톤의 전해액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기차 배터리, ESSEnergy Storage System 시장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오 대표는 “좋은 전해액이란 결국 가장 많은 고객이 찾는 제품이며, 이를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라며 R&D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기본이 탄탄하면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것 또한 쉬워진다”라고 강조하며 엔켐의 다음 전략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이차전지 전해액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염’의 자체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이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재료의 수급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필수적이라 불린다.

오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세계 시장 1위의 전해액 기업을 꿈꾼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응원이 필요하다. 이차전지, 전기차 산업은 기술 혁신을 넘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이 되었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리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기술을 향한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터이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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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 오정강 대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R&D 대표 10선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하나의 이유로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연장하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기존 전해액의 한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는 친환경 전기차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동시에 우리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안전하고 출력 높은 전기차, 오래 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데 엔켐이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산업부와 KEIT를 통해 지원받은 R&D 사업이 꽤 많은 편이다. 그만큼 산업부·KEIT 과제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다.
기술 기업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관이고 지원사업이다. 산업부나 KEIT의 지원 덕분에 더 많은 실험이 가능했다. 재정적인 지원은 말할 나위 없고, 그 외에 산학연 협력을 통해 다양한 파트너십 구축,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만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고, 기술을 이전하거나 받는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여러 연구팀의 연구 성과들이 상용화되거나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하는 기회도 생겨난다. 우리는 틈틈이 산업부나 KEIT가 주관하는 여러 세미나에 참여한다. 다른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최신 기술의 동향을 익히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소개, 양성하는 도움을 얻기도 한다.
기존 R&D 지원사업 외에 더 요청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의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를 일정 부분 책임지는 핵심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글로벌 경쟁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나 과제를 위한 지원보다 산업군 전체를 아우르는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얻을 수도 있다. 개별 기업과 전체 산업, 각각에 필요한 지원이 조금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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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은?
전기차, 전자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 ‘전해액’을 개발 및 공급한다. 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관리해 품질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High Ni, Si 음극, Mid Ni 및 고전압, 저비용, LFP 등 다양한 배터리 요구 사항에 최적화된 전해액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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