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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ilm&tech
영화 속 양자역학
이경원 과학 칼럼니스트

의심의 여지 없이 양자역학은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것은 양자로 이루어진 것 역시 사실이다.
영화 중에도 양자역학을 다루는 작품이 은근히 존재한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묘사될까?

<오펜하이머> 핵분열의 무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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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포스터
원자력의 이용 역시 양자역학 덕분에 가능했다.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도 작은 입자인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하면 분열되며, 그 과정에서 매우 큰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를 핵분열이라고 부른다. 최초의 핵분열이 발견된 것은 1938년, 독일의 카이저 빌헬름 협회에서였다. 그리고 1년 후 인류 최대의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이는 당대의 과학 강국들 사이에 핵 개발 경쟁을 부추겼다. 핵분열에서 생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장 먼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자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핵 개발에 뛰어든 나라 중에는 미국도 있었다. 특히 독일을 항복시키고 일본과 최종 결전을 준비하던 미국은, 재래식 전력으로는 막대한 인명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1945년 7월 16일, 미국은 드디어 인류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했다. 더 이상의 인명 손실 없이 이 전쟁을 마무리하려면 핵무기를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영화는 당시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장을 맡아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의 연구 총책임을 맡았던 실존 인물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의 삶을 다룬다. 과학자로서의 성취와 조국에 대한 충성 의무, 그리고 기존의 어떤 무기보다 막대한 파괴력을 지닌 살인 무기를 만들었다는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방황했던 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백 투 더 퓨처>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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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 포스터
개봉한 지 40년이 된,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고전영화다. 주인공은 에메트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분)가 개발한 타임머신 기능을 갖춘 자동차 ‘드로리안’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시간 여행을 한다.

양자역학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광속, 혹은 그에 수렴하는 속도로 운동하는 우주선을 타면 가능하다. 우리가 지금 보는 100광년 떨어진 별빛은, 실은 100년 전인 1925년에 생성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 별빛이 2025년의 지구에 도착했지만, 별빛 자체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광속 우주선을 타고 이동해도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역시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네이선 로젠은 일반 상대성이론에 기반해 웜홀의 존재를 예언했다. 웜홀은 우주의 휘어진 시공간 속 두 지점 사이를 사실상 빛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물론 이는 모두 이론일 뿐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광속 우주선도, 웜홀도, 웜홀 입구를 조작할 기술도 없기 때문이다.
<천사와 악마> 반물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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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포스터
영화 <천사와 악마>에는 반물질 폭탄이 나온다. 반물질이란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반대 성격을 지닌 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반물질의 존재를 알아낸 것은 영국 과학자 폴 디랙이다. 그는 전자의 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1928년 디랙방정식을 창안했다. 그런데 이 방정식에 따르면 전자의 에너지값에는 양도 음도 있었다. 음에너지값을 지닌 전자가 바로 양전자, 즉 반물질이다. 양전자는 1932년 미국 과학자 칼 데이비드 앤더슨이 발견했다. 이후 입자가속기 실험에서도 2개의 양자를 광속으로 충돌시키자 반물질이 생성되었다.

다만, 영화 내용 중에는 현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 반물질은 만들기도 보관하기도 어렵다. 현재 반물질을 생산할 방법은 입자가속기뿐이다. 이 경우 그램당 제조 비용은 2025년 기준 약 93조 달러로 추산된다. 그리고 이제까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반물질을 다 합쳐도 몇 나노그램 정도다. 그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0.25g의 반물질을 만드는 데는 수억 년이 걸릴 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물질도 물질과 접촉하면 바로 쌍소멸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기장을 이용해 진공 속에 띄워놓아야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원자는 전하가 없으므로 이런 방식으로도 보관이 불가능하다. 양전자와 반양성자를 별도 저장했다가 필요시 꺼내서 합성, 반원자를 만드는 수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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