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설비투자 줄이는 기업들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는 언제나 미국을 우선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각국의 지도자로서 여러분의 나라를 항상, 그리고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집권 시절인 2017년 유엔에서 펼친 연설의 일부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신봉하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한국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관세전쟁의 사정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을 콕 집어 “대미 평균 관세가 미국의 네
배”라며 “우리가 군사적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많이 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상대로 관세를 이용한 국가로 EU,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를 언급한 뒤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국가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며 “우방도 적국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4월 2일 상호관세를 개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 등 우방국 수입품에 대해 25%를 물리겠다고 밝히는 등 줄곧 관세를 전방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평균 관세가 네 배나 높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3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최혜국 대우 국가MFN의 세율을 집계한 보고서를 냈는데, 이 자료에 지난해 기준 한국의 MFN 세율이 13.4%,
미국은 3.3%로 기재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네 배’ 주장의 근거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FTA를 체결했고 지난해 대미 수입품의 실효관세율은 0.79%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틀린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호관세 외에도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비관세 장벽 등을 계속 언급하며 세계를 관세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직면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 미국 현지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악영향이 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투자 압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약속받은 7조 원 규모 미국 정부 보조금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TSMC 투자에
대해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 정책이 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이 이미 지급이 약속된 보조금 등을 정부가 다시 회수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