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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olicy
개발자가 개발하고
혁신자가 혁신할 수 있도록
김리안 <한국경제신문> 기자
국내
정부, 경제 성장 지속 견인하는
R&D 지원 체계 개선한다
국가의 경제 성장에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은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에 의해 입증됐다. 기존에 통설로 여겼던 신고전학파의 성장 모형은 기술변화를 외생변수로 뒀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만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그러나 이는 현대 사회에서 성장의 지속성에 대한 설명에는 한계를 보였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만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경제는 일정 수준에 이르면 성장이 현저히 느려지며 정체된다. 이때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변수가 기술이다. 폴 로머 교수는 기술변화를 내생변수로 두고 기술변화에 의해 경제의 지속 성장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고 개방·혁신에 부합하는 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나섰다.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 기술개발 평가관리지침, 연구자율성 촉진을 위한 특별요령 등 3개 규정에 걸쳐 23건을 개정·고시하고 올해부터 이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대학, 연구소, 기업 등 연구 현장의 애로사항을 폭넓게 수렴하고 최근 기술 환경 변화도 반영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주요 개정 내용에 따르면 연구자의 원활한 R&D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신뢰성을 인정받은 기관의 자체 정산을 확대한다. 과기부의 연구 지원 체계 평가 결과 80점 이상을 받아 자체 연구 관리 시스템의 신뢰성을 인정받은 대학 등이 대상이다.

대학의 100만 원 이하의 연구재료비는 증빙을 면제키로 했다. 반복적·공통적 제출 자료는 간소화하고 연구비 카드 외 법인·개인 카드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용을 인정한다. 학생 연구원의 연구 참여 자율성도 확대한다.

또한 개방·혁신에 부합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연구기획 시 사전분석 절차를 줄인다. 동시수행 과제 수 제한을 완화해 표준화 R&D 및 국제 협력 과제를 장려한다. 해외기관의 연구비 수령에 편의성을 높이고, 연구자의 육아휴직 기간 중 퇴직급여충당금을 새로 지원한다. 기술료를 성실히 납부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부여 등의 근거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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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남들이 앞서 나갈 때 규제에만 몰두” EU의 반성문
“다른 국가는 인공지능AI 기술개발에 전진할 때 유럽연합EU은 규제 프레임의 주도권을 쥐는 데 집중했다.”

미국 최대 AI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국제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기고문을 올렸다. 그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해 발표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언급하며 EU의 뒤처짐을 비판했다.

EU는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규제법을 만들어 내년 8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트먼은 “AI 규제법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유럽 규제 당국은 남들이 전진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미래 기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성장과 일자리, 발전을 원한다면 혁신가가 혁신하고, 개발자가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EU를 비판하며 언급한 일명 ‘드라기 보고서’는 EU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등 ‘실존적 위험’에 직면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미국과는 AI 등 첨단 정보기술IT에서, 중국과는 배터리 등 청정기술 분야에서 밀리고 있는 만큼 시급히 산업 전략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제언이 담겼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마셜 플랜’을 뛰어넘는 경제 부흥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EU가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8000억 유로(약 1188조 원)의 신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EU 국내총생산GDP의 4.7%에 달하는 규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재건 원조 계획인 마셜 플랜은 당시 유럽 경제 규모의 약 2%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보고서는 전쟁 후 폐허가 됐을 때보다 2배 이상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더욱 심각해지는 보호무역주의에 관한 지적도 담았다. 보고서는 “개방 무역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탈탄소화와 경쟁력 관련 공동 계획을 추진할 때는 공평한 글로벌 경쟁 환경과 역외에서 국가 지원을 받는 업체와의 경쟁을 상쇄하기 위해 방어적 무역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역외 기업이 유럽 기업만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고 오히려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글로벌 수요가 급증한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EU 반도체 전략’ 수립도 주문했다. EU 예산을 통한 반도체 부문 공동 지원, 신규 사업 패스트트랙 승인을 비롯해 역내 공동·민간 입찰 사업 촉진을 위한 ‘EU 반도체 인증 제도’ 신설 등이 제안됐다. 드라기 전 총재는 “유럽의 경쟁력 쇠락을 막으려면 개혁이 급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복잡한 EU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하고 집단적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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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설비투자 줄이는 기업들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는 언제나 미국을 우선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각국의 지도자로서 여러분의 나라를 항상, 그리고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집권 시절인 2017년 유엔에서 펼친 연설의 일부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신봉하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한국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관세전쟁의 사정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을 콕 집어 “대미 평균 관세가 미국의 네 배”라며 “우리가 군사적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많이 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상대로 관세를 이용한 국가로 EU,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를 언급한 뒤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국가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며 “우방도 적국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4월 2일 상호관세를 개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 등 우방국 수입품에 대해 25%를 물리겠다고 밝히는 등 줄곧 관세를 전방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평균 관세가 네 배나 높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3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최혜국 대우 국가MFN의 세율을 집계한 보고서를 냈는데, 이 자료에 지난해 기준 한국의 MFN 세율이 13.4%, 미국은 3.3%로 기재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네 배’ 주장의 근거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FTA를 체결했고 지난해 대미 수입품의 실효관세율은 0.79%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틀린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호관세 외에도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비관세 장벽 등을 계속 언급하며 세계를 관세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직면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 미국 현지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악영향이 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투자 압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약속받은 7조 원 규모 미국 정부 보조금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TSMC 투자에 대해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 정책이 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이 이미 지급이 약속된 보조금 등을 정부가 다시 회수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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